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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1-20 12:19
★ 2월의 시 모음
 글쓴이 : 조경자
조회 : 45  

2월의시모음

  

 

<정성수>

 

 

자, 2월이 왔는데
생각에 잠긴 이마 위로
다시 봄날의 햇살은 내려왔는데

귓불 에워싸던 겨울 바람소리 떨치고 일어나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저 지평선 끝자락까지 파도치는 초록색을 위해
창고 속에 숨어있는 수줍은 씨앗 주머니 몇 개
찾아낼 것인가

녹슨 삽과 괭이와 낫을
손질할 것인가

지구 밖으로 흘러내리는 개울물 퍼내어
어두워지는 눈을 씻을 것인가

세상 소문에 때묻은 귓바퀴를
두어 번 헹궈낼 것인가

상처뿐인 손을
씻을 것인가

저 광막한 들판으로 나아가
가장 외로운 투사가 될 것인가

바보가 될 것인가
소크라테스가 될 것인가.

 

 


김종길 시인의 <설날 아침에>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2월

 

 

<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2월

 

 

<조양상>

 

 

한시라도 바삐
겨울을 데리고
먼 길 떠나고 싶어 했던 너는
가난한 식솔들을 위해
위안부로 팔려간
우리 이모의 헤진 옷고름이다.

하루라도 빨리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이름마져도 잊어지길 원했던 너는
홍역을 겪어야 만이
쑥쑥 자랄 여린 영혼을 위해
까까머리 이마위에 얹어진
내 첫사랑의 젖은 손수건이다.

그런 너의 슬픔을 대신하여
저수지 얼음도 쩌렁쩌렁 울어주고
설움에 불어터진 버들강아지도
노란 개나리로 피어난다.

밤을 새워
여린 생명 피어나길
두 손 모아 빌어준 너는
침묵으로 겨울잠 깨우고는 요절한
계절의 어머니,
빈 쌀독 긁어모아
아침을 차려내신
울엄니의 정화수이다.

 


 

 

2월

 

 

<조용미>

 

 

상한 마음의 한 모서리를
뚝뚝 적시며
정오에 내리는 비
겨울 등산로에 찍혀 있던 발자국들이
발을 떼지 못하고
무거워진다

응고된 수혈액이 스며드는
차가운 땀
있는 피를 다 쏟은 후에야
뒤돌아보지 않을 수 있겠나
비의 피뢰침이 내려꽂히는
지상의 한 귀퉁이에
바윗덩어리가 무너져내린다
우듬지가 툭 끊어진다

겨울산을 붉게 적시고 나서
서서히 내게로 오는 비

 

 

 

2월의 시

 

 

<함영숙>

 

 

겨울 껍질 벗기는 숨소리
봄 잉태 위해
2월은 몸사래 떨며
사르륵 사르륵 허물 벗는다.

자지러진 고통의 늪에서
완전한 날, 다 이겨내지 못하고
삼일 낫밤을 포기한 2월

봄 문틈으로 머리 디밀치고
꿈틀 꼼지락 거리며
빙하의 얼음 녿이는 달

노랑과 녹색의 옷 생명에게 입히려
아품의 고통, 달 안에 숨기고
황홀한 환희의 춤 몰래추며

자기 꼬리의 날 삼일이나
우주에 던져버리고
2월은 봄 사랑 낳으려 몸사래 떤다

 

 

 

2월의 향기

 

 

<한효순>

 

 

열두 대문 활짝 열어
곰팡진 귀퉁이 햇살 아래 펼치고
얼룩 위에 그늘질까
조심스레 뗀 발자욱 뒤로
첫 번째 대문 닫히는 소리

귀가 멍하도록
내 팽개치듯 닫긴 문설주에
아쉬움 한 다발
목숨처럼 걸려있다

문틈으로 샌 한줄기 빛에
엿가래처럼 늘어진 그림자
휘청이는 허리춤에 챙긴
바램은
조심스레 들어선 두 번째 마당에서
솔솔 피어나는 꽃향기에 취한다

얼음 밑 개울물 소리
잠든 개구리 귓볼 간질이고
버들강아지 콧노래 시작된다

 

 


2월을 사랑하소서

<이민영>

 

 

2월은
그대 3월의 향
샘 맞는 기다림
그이를 두고 온 사랑,
잠시녘의 겨울 마무리하고
봄 여는 길목에는 설레임으로 파릇한 바램
하늘까지 부풀어 있습니다

내려놓은 뿌리로 겨울 상채기를 안아
씨로 틔우려는 땅 꽃의 눈물
길다랗게
넓다랗게

내준 발자욱 소리로 동면을 깨우고
가지는 가지 위로 물은 물 위로 땅은 땅 위로
계곡마다 드리워진 힘
줄 세어가며
나란히 나란히
고사리 손 모아 손짓하며,
역동의 산과 들
움직이는 빌딩과 자동차의 웃음치는 경적
태어나는 마을에서
보도 위에는 새악시 같은 햇볕의 미소
아침의 눈물,

함박 웃음 위 백마탄 기사가 아기가 되 속삭입니다

"그래 이제는 봄님이 오시는 거니
하늘가로 나오렴 들로 내리렴
햇살 든 정원에는 우리들 웃음만
물결처럼 일렁이는 붉어진 볼조금
누렁소, 사철나무의 손 사래, 싹들이 되어진 세상의
봄님과 함께 하는거니 이쁜 옷고름도 볕에 축이게...."

가슴 쿵쿵 뛰며
얼굴 달아 오르며
봄맞이 합니다
아픔으로 살이 되어 온 이름들의
차가운 공간을 파고드는 생의 갈피조차
제게는 움의 씨,
모든 것들의 根原이자 始作이 됩니다

일년을 서기로 용솟음치니 시작이 무르익고
봄도 무르익는 시작함
여름 뒤 가을, 가을 뒤 겨울마져 다정으로 올 것 같고
설레임으로 황홀한 소년
소년의 소녀는 새악시가 되어 있습니다

조바심않고 여유로워 편지를 씁니다
겨울의 마지막 달은 편지를 씁니다
행복합니다
2월에 쓴 편지는
사랑하여 쓴 편지 글로 부쳐집니다

봄에 님을 만날 것을
그사랑 만나서 여름에는 익힐것을
익혀가는 것을 준비할 것을
그렇게 만난 우리는
가을이 오면 님과 나의 집을 지을 것을
파란 동산이 단풍으로 수 놓던날 위에
작으나 성실하게 소중한
우리의 연가를 부를 것을

詩를 짓고 님은 바이올린을 켜고
詩를 짓고 님은 노래를 부르고
삶의 사랑
고뇌일지라도 향긋한 인생의 새벽을 맞습니다

 

 

그렇게 2월은 간다

 

 

<홍수희>

 

 

외로움을 아는 사람은
2월을 안다

떨쳐버려야 할 그리움을 끝내 붙잡고
미적미적 서성대던 사람은
2월을 안다

어느 날 정작 돌아다보니
자리 없이 떠돌던 기억의 응어리들,
시절을 놓친 미련이었네

필요한 것은 추억의 가지치기,
떠날 것은 스스로 떠나게 하고
오는 것은 조용한 기쁨으로 맞이하여라

계절은
가고 또 오는 것
사랑은 구속이 아니었네

2월은
흐르는 물살 위에 가로 놓여진
조촐한 징검다리였을 뿐

다만 소리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이여,
그렇게 2월은 간다

 

 

 



    2월 / 이외수 도시의 트럭들은 날마다 살해당한 감성의 낱말들을 쓰레기 하치장으로 실어나른다 내가 사랑하는 낱말들은 지명수배 상태로 지하실에 은둔해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예감 때문에 날마다 그대에게 엽서를 쓴다 세월이 그리움을 매장할 수는 없다 밤이면 선잠결에 그대가 돌아오는 발자국 소리 소스라쳐 문을 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뜬눈으로 정박해 있는 도시 진눈깨비만 시린 눈썹을 적시고 있다

 


봄은 어디쯤에 /김춘경

어디쯤 오고 있나요
당신이 궁금해
오늘도 기다립니다
혹시 저 만치 오는 중이라면
한 번만 살짝 웃어 주세요

얼굴을 몰라도
향기를 알기에
말을 안 해도
들을 수 있기에
설레는 마음 안고
긴 겨울 기다렸습니다

봄이라 말하진 마세요
당신을 알기엔 이미
가슴에 파란 싹 하나로
눈동자에 맺힌 꽃잎 하나로
그것으로 충분하니까요

어디쯤 오고 있나요
오늘은 당신 오는 길목에
꽃향내 가득 쏟아 붇고
하염없이 기다리렵니다
행여 저 만치 오는 중이라면
한 번만 활짝 웃어 주세요